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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쓴 이야기

굴과 모래, 지구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

by 산책꾼 2022. 11. 15.

*이 글은 <창작과 비평> 2022년 가을호에 실린 주영하 작가의 <굴과 모래>를 읽고 쓴 글입니다.


이번호에 실린 주영하 작가의 <굴과 모래>를 읽고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마음 속 한편에 사라지지 않는 죄책감 혹은 불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지구에 인간이란 생명체가 어떤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소위 말해 환경 파괴라는.

소설 속에는 굴 장사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내외가 등장한다. 그들은 꼭 세상 끝에 남은 유일한 부부 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들에게 굴은 생계 수단이자 인생의 전부이다. 그런데 그 굴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을 이어주고 있던 바닥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예언처럼 굴이 사라지면 모래의 세상이 온다는 말이 두 사람을 불안하게 맴돈다.

이들의 모습은 누군가의 탐욕에 의해 유일한 삶의 의지 가지를 허무하게 빼앗기고 망연자실해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누군가는 더 갖기 위해 오로지 지금보다 더 갖기 위해 다른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희생한다. 누군가는 유일하게 가진 것마저 빼앗기고 삶이 서서히 꺼져간다. 세계가 돌아가는 커다란 그림을 코로나가 명확히 보여줬다. 그럼에도 우리는 전처럼 살아갈 것인가. 결국 굴이 사라지고 모래의 세상이 오도록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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